PM 커뮤니티에서 요즘 자주 보이는 질문이 있습니다. “SQL을 배워야 하나요?” “파이썬은요?” “LangGraph는 어디까지 알아야 하나요?”

틀린 질문은 아닙니다. 틀린 건 그 질문 뒤에 깔린 전제입니다. 2026년에 PM이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이 스킬 추가라고 가정하는 것, 그게 문제입니다.

Notion의 프로덕트 리드 맥스 슈닝(Max Schoening)이 Lenny’s Podcast에서 말했습니다.

“AI 시대에 길러야 할 건 스킬보다 에이전시(agency)다.”

이 문장은 동기부여 슬로건이 아닙니다. 실무에서 확인된 관찰입니다.


스킬이 빠르게 소멸하는 이유

스킬은 반복 가능한 능력입니다. 데이터 쿼리, UI 패턴 설계, A/B 테스트 구성, 사용자 인터뷰 스크립트 작성. 이 모든 것은 지식과 연습으로 습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AI가 잘하는 게 바로 이것입니다.

2026년 기준으로 AI는 SQL을 작성하고, 인터뷰 스크립트 초안을 만들고, 테스트 매트릭스를 제안하고, 경쟁사 분석 보고서를 정리합니다. PM이 몇 주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의 대부분을 AI는 몇 초에 처리합니다.

Karpathy가 표현한 것처럼:

“vibe coding raises the floor. Agentic engineering raises the ceiling.”

바닥이 올라간다는 것은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는 뜻입니다. SQL을 모르는 PM도 이제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고, 코드를 쓸 줄 모르는 기획자도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스킬의 희소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 데이터 분석: 자연어 질문 → AI가 SQL 변환 → 결과 제공
  • PRD 초안: Spec-Driven Development 프레임 + 에이전트 → 초안 생성
  • 경쟁사 분석: 웹 검색 + LLM → 체계적 요약 보고서
  • 기술 검토: 코드베이스 분석 에이전트 → 영향범위 평가

이 목록은 계속 길어집니다. PM이 “직접 할 수 있어야 차별점”이라고 여기던 기술 영역들이 AI 위임 가능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에이전시란 무엇인가

에이전시(agency)는 스킬과 다릅니다.

맥스 슈닝의 정의를 풀면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선택력(Choice):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하지 않을지 판단하는 능력.

주도성(Initiative): 지시가 없어도 먼저 문제를 발견하고 움직이는 능력.

실행 책임(Accountability): 결과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의지.

이것들은 AI가 대신할 수 없습니다. Karpathy의 원칙으로 표현하면 더 명확합니다.

“You can outsource your thinking but you cannot outsource your understanding.”

사고는 위임할 수 있습니다. 이해는 위임할 수 없습니다.

AI에게 경쟁사 분석을 맡기면 보고서가 나옵니다. 하지만 그 보고서가 지금 우리 제품에 왜 중요한지, 어떤 전략적 결정으로 이어져야 하는지는 내가 이해해야 합니다. 그 이해 위에서 이루어지는 판단과 선택이 에이전시의 핵심입니다.


에이전시가 실무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

두 패턴을 비교해봅니다.

에이전시 없는 PM:

  • “이 지표를 어떻게 측정해야 하나요?” — 도구 사용법을 묻는다
  • 상사의 지시가 있을 때 움직인다
  • AI가 만든 초안을 검토 없이 팀에 공유한다
  • 에이전트 도입 결과를 수치로만 보고한다 (클릭률 X% 상승)

에이전시 있는 PM:

  • “이 지표를 측정하기 전에, 우리가 실제로 풀려는 문제가 뭔지 다시 정의합니다” — How 이전에 Why를 묻는다
  • 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해결 방향까지 들고 와서 논의를 시작한다
  • AI 출력물의 가정을 검증하고 팀 컨텍스트에 맞게 조정한다
  • “이 수치가 의미 있는 이유”를 비즈니스 로직으로 설명한다

두 번째 패턴은 AI를 더 잘 활용합니다. 그러면서도 AI로 대체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AI를 쓸수록 이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집니다.

Andrew Ng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AI가 코딩 속도를 10배 높이면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역할이 병목이 됩니다. 병목은 코드 생산에서 방향 결정으로 이동합니다. 방향을 결정하는 능력, 그게 에이전시입니다.


삼성SDS가 보여주는 현실

삼성SDS AX센터의 데이터가 있습니다. 기업 내 에이전트 도입률은 **5%**에 불과합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도구는 이미 있습니다. 문제는 에이전트를 무엇에, 어떻게 적용할지 결정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에이전트는 스킬 부족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에이전시 부족 문제는 더더욱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에이전트는 방향이 명확할 때 실행력을 폭발적으로 높이는 도구입니다. 방향이 없으면 에이전트는 복잡한 자동화 스크립트가 됩니다.

에이전트 도입을 주도하는 PM이 필요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기술 지식이 먼저가 아닙니다. 무엇을 자동화하고 무엇을 인간이 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에이전시가 먼저입니다.


에이전시를 어떻게 기르는가

세 가지로 접근합니다.

첫째, 질문의 레벨을 올립니다. “어떻게(How)“에서 “왜(Why)“로, “왜”에서 “무엇을 안 할 것인가(What not)“로. AI는 How 질문에 답하는 걸 잘 합니다. PM의 레버리지는 Why와 What not 질문에 있습니다.

실제 연습: 오늘 받은 업무 요청 하나를 골라서 “이걸 왜 지금 해야 하는가?”를 세 번 반복해 물어봅니다. 세 번 이후 남는 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둘째, AI 출력물에 자기 판단을 더하는 습관을 만듭니다. AI가 만든 보고서, 초안, 분석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이 정보가 우리 상황에서 의미하는 것”을 한 문단 추가합니다.

이 한 문단을 쓰는 행위가 이해 근육을 유지합니다. Karpathy가 경고한 것처럼, AI에게 사고를 위임하면서 이해도 함께 위임하면 어느 순간 자기 판단이 없어집니다. 이해 근육은 쓰지 않으면 퇴화합니다.

셋째, 실패와 불확실성을 직접 소유합니다. 에이전시는 결과에 대한 책임감과 분리할 수 없습니다. AI가 만든 제품이 실패해도 결정은 PM이 했습니다. AI가 제안한 우선순위를 채택했어도 그 결정의 책임은 PM에게 있습니다.

이걸 회피하는 순간 에이전시는 사라집니다. “이 결정은 내가 했다”는 문장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Andrew Ng의 1:1 팀이 보여주는 것

Andrew Ng이 수주에 걸쳐 반복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AI-native 팀에서 엔지니어 대 PM 비율이 8:1에서 1:1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변화가 의미하는 건 PM이 더 기술적이어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PM 한 명이 더 많은 에이전트를 오케스트레이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오케스트레이션의 핵심 역량이 에이전시입니다.

무엇을 만들지, 어떤 순서로 실행할지, 어디서 인간이 개입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능력. 이것이 1:1 팀에서 PM이 해야 할 일의 본질입니다.

스킬을 쌓아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판단의 경험을 반복해서 되는 일입니다.


오늘 하루, AI에게 위임한 작업을 하나 골라서 그 작업의 판단 부분만 직접 해보세요. AI가 초안을 썼다면 “이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내가 결정합니다. AI가 분석을 했다면 “이게 우리 전략에 의미하는 건 무엇인가?”를 내가 작성합니다.

5분이면 됩니다. 그 5분이 에이전시를 유지하는 연습입니다.

스킬은 AI가 따라잡습니다. 에이전시는 남습니다.

당신의 팀은 지금 스킬 교육에 투자하고 있나요, 에이전시를 기르는 판단 구조를 설계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