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띄워둔 도구를 세어봤습니다. Claude Code가 왼쪽에서 plan.md를 작성하고 있었고, 오른쪽에서는 Cursor가 자동완성을 띄우고 있었으며, 위쪽 탭에서는 OpenAI Codex가 PR을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가운데 터미널에서는 npm run dev가 깜빡이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한 화면에 띄워두고 동시에 부리는 AI가 셋, 작업 단위로 합치면 다섯이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떠오릅니다. 2년 전만 해도 코딩 AI는 사실상 GitHub Copilot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2년 만에 한 PM이 다섯 개의 AI를 동시에 부리는 풍경이 표준이 되었을까요.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변화의 크기 — Before와 After

2024년 상반기까지의 풍경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코딩 AI는 GitHub Copilot이 IDE 안에서 자동완성을 띄워주는 정도였고, 큰 변경은 사람이 직접 짰으며, 리뷰는 동료 개발자가 했습니다. PM의 역할은 사람으로 구성된 팀을 운영하는 것이었습니다.

2025년 후반부터의 풍경은 완전히 다릅니다. Claude한테 plan을 시키고, Codex한테 코드 변경을 맡기고, Codex가 다시 PR을 어드버서리얼 리뷰하고, 머지 결정만 PM이 합니다. 이 변화의 결정적 순간은 2024년 3월 Cognition이 Devin을 공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2024년 말 Cursor가 Series B로 약 2.6B 달러 밸류를 기록했고, 2025년 2월 Anthropic이 Claude Code의 research preview를 내놨으며, 2025년 5월에는 OpenAI가 Codex cloud research preview를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6월 5일에는 Cursor가 Series C로 900M 달러를 모집하며 9.9B 달러 밸류를 기록했습니다. AI 코딩 도구가 하나의 카테고리에서 여러 층으로 갈라진 2년이었습니다.

시장 규모 자체도 빠르게 커지는 중입니다. 정확한 수치는 리서치 회사마다 다르지만, 업계 추정치 대부분이 향후 몇 년간 매년 50% 이상의 성장을 가리킵니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이 커지는 방식입니다. 4분면 중 어느 한 칸이 다른 칸을 잡아먹는 게 아니라, 여러 칸을 동시에 쓰는 사용자가 늘고 있습니다.

왜 도구들은 서로 막지 않고 함께 쓰이나

표면적으로 보면 Anthropic, OpenAI, Cursor는 같은 시장에서 경쟁합니다. 그런데 막상 들여다보면 서로를 막지 않습니다. Claude Code 안에서 “Use codex for X” 같은 안내를 막지 않고, Cursor는 Composer 모드에서 어떤 모델을 쓸지 사용자가 직접 고르게 하며, OpenAI는 Codex Web의 API를 외부에서 부를 수 있게 풀어놨습니다. 다들 서로 호환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단서를 세 개 모아 보면 답이 보입니다.

단서 1. 도구마다 잘하는 일이 명확히 다릅니다. Claude Code는 200K 토큰의 긴 컨텍스트와 추론에 강하고, Codex는 sandbox 코드 실행 환경과 멀티 파일 변경에 강하며, Cursor는 IDE 인라인 통합과 빠른 응답에 강합니다. 회사들이 각자 다른 곳을 최적화한 결과, 같은 일을 시켜도 결과가 다릅니다.

단서 2. 사람이 하던 역할이 그대로 도구로 옮겨갔습니다. 옛날 개발팀에는 Tech Lead, Senior Engineer, IDE Helper라는 역할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부르는 AI들이 정확히 이 셋입니다. Claude가 Tech Lead 자리에, Codex가 Senior Engineer 자리에, Cursor가 IDE Helper 자리에 들어갑니다. 한 사람이 같이 부려야 팀이 완성됩니다.

단서 3. 가격 전략이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세 회사 모두 사용량 기반 과금으로 갑니다. Claude는 토큰당, Codex는 PR 호출당, Cursor는 Composer 호출당입니다. 누구도 “하나로 다 처리하니까 월 정액”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셋을 동시에 쓸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한 도구만 쓸 거라면 한 회사가 시장을 차지하는 편이 더 매력적입니다. 이 가격 구조 자체가 공존 시장의 증거입니다.

세 단서를 묶어 보면 결론은 하나입니다. 이건 도구가 도구를 대체하는 전쟁이 아니라, 도구가 역할을 나눠 가지는 시장입니다.

AI 코딩 도구의 4분면 — 자율성 × 사용 환경

도구들이 같은 화면에서 충돌하지 않는 이유는 자율성과 사용 환경 두 축으로 4분면을 그려보면 분명해집니다.

AI 코딩 도구 4분면 — 자율성 × 사용 환경

고자율 × 클라우드 칸에는 OpenAI Codex, Devin, Replit Agent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PR을 통째로 위임하는 영역입니다. 고자율 × 로컬·터미널 칸에는 Claude Code, Aider가 들어가 있습니다. 내 노트북 안에서 자율 에이전트가 돌아가는 영역입니다.

저자율 × IDE 칸에는 Cursor, GitHub Copilot, Windsurf가 포진해 있습니다. 키 입력에 따라 도와주는 영역입니다. 저자율 × 클라우드 칸에는 v0, Bolt, Lovable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UI 생성처럼 좁은 영역만 자동화하는 영역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네 칸의 도구가 서로 다른 화면, 다른 호출 방식, 다른 응답 속도를 갖는다는 점입니다. 같은 키 입력 한 번으로 셋이 한꺼번에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동시에 띄워둘 수 있고, 한 PM이 머릿속에서 역할을 분배할 수 있습니다.

PM이 새로 들여다봐야 할 세 가지

이 변화는 PM의 일을 세 가지 새로운 차원에서 다시 정의합니다.

첫째, 역할 배정 의사결정이 코어 스킬이 됩니다. 도구를 고르는 게 아닙니다. 어떤 작업이 들어왔을 때 “이건 누구한테 시킬 일인가”를 먼저 묻는 습관이 새로운 시작점입니다. plan은 Claude, 코드는 Codex, 인라인 수정은 Cursor라는 기본 매핑이 머릿속에 있어야 합니다.

둘째, 우리가 만드는 제품도 다른 AI와의 공존을 전제로 설계해야 합니다. “단일 솔루션으로 모두 해결”이라는 포지셔닝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다른 AI의 결과를 우리 입력으로 받을 수 있는지, 우리 결과를 다른 AI의 입력으로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는지가 새로운 평가 축입니다. MCP 같은 표준 프로토콜에 대응하는 것이 그 출발점입니다.

셋째, 사용자의 다중 도구 워크플로우 자체가 연구 대상입니다. 우리 사용자가 어떤 도구와 우리 제품을 함께 쓰는지, 어떤 도구가 어떤 도구와 자주 짝지어지는지가 새로운 분석 축입니다. 사용자 인터뷰에서 “다른 AI 도구는 뭘 같이 쓰세요?”라는 질문이 표준 항목이 되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신호가 있습니다. 같은 작업을 한 줄로 위임하면, 한 모델이 그 작업을 받아 스스로 서브에이전트로 쪼개 실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이너·프론트엔드·QA 역할로 자기를 분할하는 것입니다. 바깥에서는 한 PM이 여러 도구를 부리고 있고, 안에서는 도구가 다시 자기를 쪼개고 있습니다. 멀티 에이전트가 두 겹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실제로 새 프로젝트의 폴더 구조를 잡을 때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Codex가 먼저 폴더 구조 개선안을 제출하면, 그 안을 Claude에게 보여주고 시니어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게 합니다. 두 의견을 합쳐 최종안이 나오면, 그걸 다시 Codex에게 보내 실제 폴더 이동을 실행하게 합니다. 이 과정 전체가 마치 PR 리뷰처럼 돌아갑니다. Codex가 PR을 올리고, Claude가 시니어 리뷰어로 댓글을 달고, PM이 머지를 결정합니다. PR도 없고 GitHub도 없고 사람 리뷰어도 한 명만 있는, 가상의 PR 리뷰 풍경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 구조가 어색하지 않게 자리잡으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PM이 각 도구의 강점과 약점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Claude에게 멀티파일 리팩토링을 시키면 결과가 무너지고, Codex에게 긴 plan 문서를 작성하라고 하면 톤이 깨집니다. Cursor에게 큰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인라인 자동완성만 띄울 뿐입니다. 어떤 작업을 누구에게 보낼지 결정하는 일이 그래서 새로운 코어 의사결정이 됩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이제 도구를 고르는 PM이 아니라, 도구에 역할을 배정하는 PM이 이깁니다. 다섯 명짜리 가상 팀을 한 사람이 머릿속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변별점입니다.

여러분의 이번 주 워크플로우에는 몇 명의 AI가 있었습니까. 그리고 그 다섯에게 어떤 역할을 어떻게 배정하고 계십니까. 이 질문 하나로 다음 분기의 일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