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어도비 주가가 같은 주에 동반 하락했습니다. 월가는 이것을 ‘SaaSPocalypse’라고 불렀습니다.

단순한 실적 쇼크가 아닙니다. AI 에이전트가 SaaS 비즈니스 모델의 기반 자체를 흔든 신호입니다.


seat 모델은 왜 20년간 작동했는가

B2B SaaS의 해자는 단순했습니다. 사용자를 잠근다는 것. 직원 수 × 월 $30~100 = 매출. 사용자가 늘면 라이선스가 늘고, 라이선스가 늘면 매출이 오르는 구조입니다.

이 모델의 전제는 하나입니다. 가치를 쓰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것. 소프트웨어는 사람의 손을 거쳐야 일이 됩니다. 따라서 사람의 수로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었습니다.

에이전트는 이 전제를 처음부터 다시 씁니다.


주가가 먼저 계산을 끝냈다

Zendesk는 올해부터 해결률(resolution rate) 70~90% 기반 과금 모델로 전환했습니다. 고객 문의 1건을 에이전트가 해결하면 요금이 발생합니다. 상담원이 몇 명인지는 무관합니다. 에이전트가 해결하면 기존 상담원 라이선스는 필요 없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에이전트 한 대에 좌석 하나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경영 컨설팅 업계에서 즉각 경고가 나왔습니다. “기업이 라이선스 절대 수를 줄여 오히려 매출이 역전된다.” 에이전트 50개를 쓰는 팀이 그 전에 쓰던 직원 100명 라이선스를 해지하면 공급자 매출은 오르지 않습니다.

시장은 이미 계산을 끝냈습니다.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 어도비 모두 seat 과금에 의존하는 비즈니스입니다. 에이전트가 확산될수록 seat 수는 줄어듭니다. 그래서 주가가 같이 흔들린 겁니다.


과금 단위는 전략이다

PM으로 20년을 일하면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과금 단위는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입니다. 단순한 가격표가 아닙니다.

seat 모델이 만든 세계에서 “더 많이 쓰는 팀 = 더 많이 낸다”는 공식이 성립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가치를 사용자 수로 추상화했기 때문입니다.

에이전트 세계에서 이 추상화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에이전트는 24시간 실행됩니다. 사용자가 아니라 작업을 처리합니다. OpenAI가 Ona를 인수한 이유는 지속 실행 환경(persistent execution environment) 때문이었습니다. 에이전트가 세션이 끝나도 작업을 계속 이어가는 인프라. 여기서 seat은 의미 없는 단위입니다.

수익화 경쟁의 축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 seat 수 → 해결한 작업 수
  • 사용자 라이선스 → 자동화된 시간
  • 구독 월정액 → 실행 결과(outcome)

Anthropic은 2026년 2분기 매출 $10.9B을 기록하며 전 분기($4.8B) 대비 2.3배 성장했고 분기 첫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같은 시점 클로드는 한국 iOS 앱 매출 2위, 성장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모델보다 운영 설계 능력이 매출을 만든다는 것.


PM이 지금 설계해야 하는 것

세일즈포스 에이전트포스의 실제 전환 사례들을 보면 공통된 병목이 있습니다. KPI 설정입니다. “에이전트를 도입했다”는 사실과 “에이전트가 비즈니스 성과를 냈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전환 비용이 발생하는 순간, 기업은 반드시 묻습니다. “이게 얼마나 나아졌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과금 단위를 먼저 정의해야 합니다. 제품팀이 아니라 PM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첫째, 에이전트의 “해결”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Zendesk가 해결률 70~90%를 과금 기준으로 쓰는 것은, 그 수치를 먼저 정의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에이전트가 처리하는 작업에도 완료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완료 기준 없는 에이전트는 성능을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둘째, seat이 줄어드는 속도를 예측할 것. 에이전트 도입은 라이선스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SaaS 공급자라면 이 속도를 제품 로드맵에 반영해야 합니다. 기업 고객이라면 절감된 비용을 어디에 재투자할지를 미리 계획해야 합니다. 두 경우 모두 숫자는 지금 당장 계산 가능합니다.

셋째, 결과 기반 과금을 설계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먼저 찾을 것. 측정 가능한 성과가 있는 도메인(고객 문의 해결률, 처리 시간 단축, 오류 감소율)에서 에이전트를 먼저 도입해야 ROI 계산이 가능합니다. 측정이 안 되면 예산 확보도 안 됩니다.


SaaSPocalypse는 단어만 극적입니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은 단순합니다. 과금 단위가 바뀌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를 먼저 설계하는 쪽이 시장을 가져갑니다.

당신의 에이전트는 지금 무엇 단위로 가치를 측정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