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nny’s Podcast에서 Max Schoening이 한 말이 있다. 그는 Notion의 Head of AI다.

“AI 시대에 진짜 희귀해지는 건 스킬이 아니라 에이전시(agency)다.”

처음 들었을 때 뻔하게 들렸다. 그런데 Claude Code를 반년 넘게 쓰면서, 이 말의 무게가 달라졌다.

스킬의 진입 장벽이 사라지고 있다

6개월 전까지 “코딩 못해서 못 만든다”는 말이 당연하게 통했다. 지금은 그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 디자이너가 풀스택 앱을 배포하고, 마케터가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짠다. 법무팀이 계약서 분석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고 있다.

Claude Code는 코딩 스킬을 없애는 게 아니라 민주화한다. 스킬의 장벽이 낮아지면 평균이 올라간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도구가 민주화될수록, 뭔가를 실제로 끝까지 만들어내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가 오히려 선명해졌다.

누구나 Claude로 코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뭘 만들지 결정하고, 완성까지 밀어붙이는 사람은 따로 있다.

스킬은 위임되지만, 이해는 위임되지 않는다

Karpathy가 이 지점을 정확히 짚었다.

“사고는 위임해도 된다. 하지만 이해는 위임하면 안 된다.” (outsource thinking, not understanding)

코드를 작성하는 것, 문서를 정리하는 것, 슬라이드 초안을 만드는 것 — 이런 스킬 기반 작업은 Claude에게 넘길 수 있다. 넘겨야 한다.

하지만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어느 방향이 맞는지, 언제 멈춰야 하는지. 이건 위임이 되지 않는다.

에이전시는 바로 이 이해에서 나온다. 에이전시는 단순한 의지력이 아니다. “이게 맞다”는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으로 실행을 밀어붙이는 힘이다. Claude가 10개 옵션을 만들어줘도, “이거다”를 고르는 건 여전히 사람 몫이다.

이해를 위임하는 순간, 에이전트는 열심히 틀린 방향으로 달려간다. 빠르게.

Andrew Ng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Andrew Ng은 AI-native 팀에서 PM과 엔지니어 비율이 8:1에서 1:1로 바뀐다고 했다. 엔지니어가 PM·디자이너·마케터 역할을 흡수하고, 작은 팀이 더 큰 임팩트를 낸다.

이때 차별화는 어떤 AI 도구를 쓰느냐가 아니다. 같은 팀에서 모두가 같은 Claude를 쓴다. 차이는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판단력, 그걸 끝까지 밀어붙이는 추진력에서 난다.

같은 도구를 써도, 어떤 사람은 3일 안에 프로토타입을 배포하고, 어떤 사람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며 6주째 드래프트를 고친다. 이 차이가 에이전시 차이다.

도구가 평준화될수록, 에이전시의 차이가 곧 팀의 차이가 된다.

에이전시를 구성하는 세 가지

1. 판단력 (Taste)

무엇이 좋고 나쁜지 아는 감각. Claude가 5개 안을 줄 때 “이거다”를 고르는 능력. 이건 많이 만들고, 많이 실패하고, 결과를 직접 보면서 생긴다. AI가 빠르게 만들어줄수록, 이 피드백 루프가 더 빠르게 돌 수 있다.

중요한 건, 판단력은 AI 도구로 빨라지는 게 아니라 사용자의 반응과 결과를 얼마나 많이 직접 마주하느냐로 생긴다.

2. 끝내는 힘 (Follow-through)

완벽하지 않아도 배포하고, 피드백 받고, 개선하는 사이클을 실제로 돌리는 추진력. 에이전트가 코드를 짜줘도, “이 정도면 됐다. 내보내자”를 결정하는 건 사람이다.

“조금만 더 다듬고”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면, 스킬 문제가 아니라 에이전시 문제다.

3. 이해 기반 위임 (Understanding-first delegation)

“잘 모르니까 Claude가 알아서 해줘”가 아니라, “내가 이해한 문제를 Claude에게 분해해서 맡기는” 순서. 이 순서가 뒤집히면 에이전트는 열심히 틀린 일을 빠르게 처리한다.

이해 없는 위임은 속도만 빠른 방황이다.

PM에게 뭘 의미하는가

AI 도구가 스킬 장벽을 낮추는 세상에서, PM의 핵심 차별화는 더 많은 도구를 쓰는 것이 아니다. 어떤 문제를 풀지 더 빠르게 결정하고, 더 빠르게 검증하고, 틀렸을 때 더 빠르게 방향을 바꾸는 루프다.

에이전시는 타고나는 게 아니다. 매번 작게 결정하고, 끝까지 가보고, 결과를 직접 확인하는 반복에서 만들어진다.

Claude는 그 반복의 속도를 3배 빠르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반복 자체를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당신의 팀에서 AI 도구 도입 이후, 누군가의 에이전시가 올라갔나요? 아니면 모두가 Claude에게 더 많이 물어보고, 더 적게 결정하게 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