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hropic이 최근 직원들에게 역할별 Claude Skills를 배포했습니다. 엔지니어용, 마케터용, 법무팀용이 각각 다릅니다. 같은 모델을 쓰되, 역할에 맞는 컨텍스트·워크플로우·판단 기준이 내재화된 형태입니다.

같은 시기 OpenAI는 자사 직원 업무의 99%를 Codex가 처리한다고 밝혔습니다. 단순 코드 생성이 아니라, 법무·재무·채용 같은 업무 흐름 단위로 에이전트가 확장된 결과입니다.

두 신호가 가리키는 방향은 같습니다. AI 활용의 다음 격차는 “쓰는 사람 vs 안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역할별 플레이북이 있는 팀과 제너럴하게 도구를 쓰는 팀 사이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도구 사용과 역할 내재화는 다릅니다

AI를 도구로 쓰는 것과 역할에 내재화하는 것은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도구로 쓰면 매번 비슷한 프롬프트를 새로 짭니다. 무엇을 물어볼지, 어떻게 판단할지, 어디서 멈출지를 그때그때 결정합니다. 결과 품질은 그날의 집중도와 개인 경험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역할에 내재화되면 다릅니다. 어떤 태스크가 들어오면 어떤 컨텍스트로 Claude를 불러야 하는지, 어떤 체크포인트에서 사람의 판단이 들어와야 하는지가 미리 정의되어 있습니다. 재사용 가능한 플레이북이 역할 안에 이식된 상태입니다.

Anthropic의 Claude Skills가 이 차이를 제도화합니다. 엔지니어에게는 코드 리뷰·디버깅·문서화 워크플로우가 내장된 Skills를. 마케터에게는 콘텐츠 생성·리서치·퍼포먼스 분석 플레이북을. 법무팀에게는 계약서 검토 체크리스트와 판단 게이트를 각각 다르게 설계합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직무마다 AI와 협업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역할별 내재화가 다음 격차를 만드는 이유

일반적인 AI 도구 사용에는 분명한 한계선이 있습니다.

GenAI 도입률은 이미 60~80%에 달하지만, 실질적인 생산성 전환이 조직 전체로 확산된 비율은 훨씬 낮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개인이 각자 방식으로 AI를 쓰면 품질 편차가 크고, 지식이 축적되지 않으며, 조직 차원의 역량이 쌓이지 않습니다. 팀장이 퇴사하면 그 사람이 갖고 있던 프롬프트 노하우도 함께 사라집니다.

반면 역할별 플레이북이 정착된 팀은 다른 궤도를 탑니다. 신입이 들어와도 플레이북을 통해 빠르게 AI 활용 역량을 갖춥니다. 선배의 암묵지가 플레이북 안에 담겨 전수됩니다. 반복 오류는 플레이북 업데이트로 수정됩니다. 조직의 AI 역량이 개인에 묶이지 않고 팀 자산이 됩니다.

OpenAI가 내부 업무 99%를 에이전트로 처리하게 된 것도 이 관점에서 읽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99%가 아니었습니다. 법무팀의 계약서 검토 플레이북, 재무팀의 보고서 초안 워크플로우, 채용팀의 JD 작성 체크리스트가 하나씩 쌓이면서 가능해진 숫자입니다. “에이전트를 도입했다”가 아니라 “역할별 업무 흐름을 명세하고 에이전트를 붙였다”는 순서입니다.


PM이 지금 설계해야 할 것

이 격차 앞에서 PM의 역할은 분명해집니다.

“Claude 자격증 따세요” 공지로는 바뀌지 않습니다. 플레이북 설계가 필요합니다.

첫째, 레버리지가 높은 반복 업무 2~3개를 고릅니다. 모든 업무에 한꺼번에 AI를 붙이려는 접근은 플레이북 없이 도구를 뿌리는 것과 같습니다. 팀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고, 오류가 생길 때 비용이 큰 업무부터 시작합니다.

둘째, 입력-처리-검토-출력 흐름을 명세합니다. 어디서 Claude에게 위임하고, 어디서 사람이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경계를 정합니다. “여기까지는 AI, 이 판단은 반드시 사람”이라는 선이 플레이북의 핵심입니다. 이 경계 없이 AI를 쓰면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집니다.

셋째, 반복 오류와 예외 케이스를 로그로 남깁니다. 이 로그가 플레이북을 개선하는 피드백 루프입니다. AI PM의 1차 산출물은 기능 명세가 아니라 이 운영 루프입니다. 플레이북은 처음부터 완성될 수 없습니다. 쓰면서 고치는 과정 자체가 팀의 AI 역량 축적입니다.

Anthropic이 직원들에게 역할별 Skills를 제공한 것도 이 설계를 제도화한 결과입니다. Claude를 쓰는 방법을 교육하는 게 아니라, 역할마다 다른 판단 구조를 시스템으로 만든 것입니다. 새로운 직무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AI FDE(Field Deployment Engineer), AI Engineer처럼 자동화 99%의 이면에서 검증·예외 처리·플레이북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역할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6개월 뒤 팀은 어느 단계에 있을까

AI를 도구로 쓰는 팀과 플레이북을 운영하는 팀은 6개월 뒤 다른 곳에 있습니다.

지금 팀에게 “Claude 써봤어요?”라고 묻는 단계라면, 다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어떤 업무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고, 그 방식을 동료가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나요?”

전달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 그게 플레이북이고, 그게 AI 내재화입니다.

당신 팀의 AI 활용 방식은 지금 개인의 습관에 머물러 있나요, 아니면 팀의 자산이 되어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