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를 짜는 속도는 10배가 됐다. 그런데 여전히 무엇을 만들지가 병목이다.

OpenAI에서 제품을 이끄는 Akshay Nathan이 이달 초 Latent Space 팟캐스트에서 내린 진단입니다. 같은 날 SVPG는 이렇게 썼습니다. “PM의 새로운 정의는 ‘무엇이 존재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Stripe의 Staff Engineer는 또 다른 신호를 던졌습니다. 에이전트를 병렬로 조율하는 능력이 이제 직급 기대치로 편입됐다고.

세 신호가 같은 날 독립적으로 수렴했습니다. 트렌드가 아니라 패러다임 이동의 신호입니다.


왜 지금 측정 지표가 무너지는가

여기서 먼저 짚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팀은 PM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있는가?

커밋 수, PR 리뷰 횟수, 소비된 토큰 수. 이 숫자들은 실행 속도를 측정합니다. 그런데 AI 에이전트가 실행 대부분을 담당하기 시작하면, 이 지표들은 곧 에이전트가 채우는 영역이 됩니다. 에이전트가 PR을 100개 올려도 방향이 틀렸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 수치가 있습니다. 기업 AI 에이전트 도입률은 88%에 달하지만, 실제로 프로덕션까지 스케일된 비율은 5% 수준에 머뭅니다. 이 격차는 “실행 능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무엇을 실행할지를 판단하는 능력, 즉 아이디어 품질의 문제입니다.


병목이 이동한 지점

에이전트가 등장하기 이전, 병목은 명확했습니다. 개발자가 코드를 짜는 속도. PM이 문서를 쓰는 속도. 그래서 우리는 이 속도를 측정했고, 거기서 성과를 봤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Claude Code 하나가 하루에 수십 개의 PR을 처리합니다. LLM이 스펙 문서 초안을 분 단위로 생성합니다. 실행 속도가 올라갈수록, 무엇을 실행할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팀 전체의 병목이 됩니다.

Nathan은 이를 “리뷰 대역폭”의 문제로 진단했습니다. 에이전트가 제안하는 속도보다 사람이 검토하고 방향을 잡는 속도가 느리다. 그 검토 대역폭의 핵심 입력은 결국 “어떤 아이디어를 살릴 것인가”라는 취향(taste)과 판단력입니다.

SVPG가 말한 “무엇이 존재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역할, 이것이 에이전트 시대 PM의 1차 책임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PM이 지금 당장 바꿔야 할 세 가지

첫째, 측정 지표를 교체해야 합니다.

커밋 수 대신 “아이디어 전환율”을 봐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실험 방향을 제안했고, 그 중 몇 개가 실제 사용자 가치로 연결됐는가. 이 비율이 올라가는 팀이 에이전트 시대에 앞서갑니다.

둘째, 취향을 훈련해야 합니다.

에이전트가 제안한 100개 중 10개를 살리는 판단력은 도구로 대체되지 않습니다. 이 판단력은 도메인 지식, 사용자 이해, 시장 감각에서 나옵니다. 프롬프트 작성 능력이 아니라 “이 방향이 옳은가”를 감별하는 능력이 AI 시대 PM의 핵심 자산입니다.

셋째, 에이전트 병렬 조율의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Stripe Staff Engineer가 직급 기대치로 언급한 “에이전트 병렬 조율”은 더 많은 에이전트를 쓰라는 게 아닙니다. 어떤 에이전트를 어떤 순서로, 어떤 판단 게이트와 함께 묶을 것인가를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이 설계도를 그리는 것이 이제 PM의 일입니다.

Before: PM → 스펙 작성 → 개발팀 → 코딩 → 배포
After:  PM → 방향 설정 → 에이전트 조율 → 검증 게이트 → 배포

위의 두 번째 흐름에서 PM이 담당하는 구간이 더 앞으로, 더 높은 추상화 레이어로 이동합니다.


무너지는 지표, 남는 가치

커밋 수와 PR 수는 에이전트가 채웁니다. 소비된 토큰 수는 인프라 비용 지표가 됩니다. 이 숫자들로 PM의 가치를 측정하던 시대는 빠르게 끝나고 있습니다.

남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능력. 그 판단의 품질이 에이전트 군단의 출력 품질을 결정합니다.

Nathan의 말을 다시 돌아봅니다. “아이디어가 새 병목이다.” 이건 PM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실행 속도 경쟁에서 벗어나, 진짜 판단 역량으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지금 당신의 팀은 어떤 지표로 PM의 가치를 측정하고 있나요?